디아2 하는 남편을 보는 아내..

2023. 6. 8. 13:40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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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2 하는 남편을 보는 아내..

전작에 비해 상당히 캐주얼한 분위기로 변했으나 여전히 공포감을 느낄 수 있는 연출이 있으며[25] 새롭고 다양한 요소를 풍부하게 추가해 재미의 폭을 크게 넓혔다. 대표적으로 스킬의 캐릭터 전용화, 아이템 종류의 확장, 웨이포인트 시스템 추가, 달리기 기능 추가, 하드코어 시스템 추가 등. 그래서 다소 매니악하던 전작과 달리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핵 앤 슬래시의 전형이며, 메이저한 핵 앤 슬래시 제작자들 절대 다수가 디아블로 2에서 겪었던 경험과 애정을 바탕으로 자기 게임을 만들어나갔다. 후속작인 디아블로 3는 말할 필요도 없고, 세계적인 흥행을 거둔 패스 오브 엑자일 외에도 그림 던, 라스트 에포크, 토치라이트 등 디아블로 2의 영향을 받지 않은 핵 앤 슬래시는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디아블로 2의 성공은 그 뒤에 블리자드를 전세계 굴지의 게임사로 성장시킨 와우와는 정반대의 철학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당시 디아블로 1이 처음 나왔을 때와 같이 디아블로 2 또한 핵 앤 슬래시 답게 극도로 단순하게 설계되어 있다.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건 전투와 아이템 수집 뿐, 나머지는 이 2가지의 맛을 내기 위한 양념에 지나지 않는다. 괜히 슬롯머신, 마우스로 하는 갤러그 등의 소리를 듣는 게 아니다. 전투의 조작 또한 2버튼의 스킬 조합을 그 때 그 때 바꿔가며 1, 2, 3, 4와 마우스 클릭만으로 진행 가능한 포인트 앤 클릭이 전부. 스토리 엔딩을 보는 것으로 만족할 게 아니라면, 결국 캐릭터의 성능을 극한으로 높이기 위한 아이템 수집으로 모든 것이 귀결되는 만큼, 같은 던전을 높은 스펙으로 무한정 돌면서 그저 운으로 원하는 아이템이 뜨기를 바래야 하니 슬롯머신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다. 거기에 그나마 랜덤 이벤트 시스템으로 RPG적 양념이라도 넣는 디아블로 1과 달리, 2의 경우에는 한술 더 떠서 아예 유저들이 헷갈리지 말라고 친절하게 그런 것마저 없애버렸다. 결국 엔딩을 한번이라도 보게 되면 유저들은 오로지 캐릭터의 성장을 위한 레벨링과 아이템 수집만을 위해 같은 스킬을 무한정 난사하며, 효율성이 높은 곳만 줄창 돌게 되는데 여기에 무슨 대단한 깊이가 있겠는가? 그러나, 블리자드 노스는 로그라이크나 야리코미형 게임들의 전례를 통해, 때로는 재화의 수집과 운빨좆망 자체도 중독성 있는 컨텐츠일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 디아블로 2는 그래픽, 디자인, 클래스 판타지, 그리고 아이템과 스탯, 스킬 트리 시스템에 모든 것이 실린 게임이다. 일단 당시로서는 입이 딱 벌어지는 그래픽으로 화끈한 전투를 기대할 수 있는데, 전투가 극도로 단순하다 보니 진입장벽도 매우 낮았다. 그럴싸한 컨트롤도, 전략적 플레이도 필요 없는 것이 역으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몹들을 학살하고 박살내는 원초적인 재미를 극대화시킨 것이다. 그리고 '스킬 트리를 어떻게 타서, 어떤 스킬을 메인으로 사용할 것인가? 그리고 그 스킬과 캐릭터의 성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최적의 아이템 조합이란 무엇인가?'를 통해서 유저들에게 목적의식을 성공적으로 부여했다. 그러기 위해서 디아블로 2는 전작보다 훨씬 더 풍성하면서 다양한 선택지를 전달한다. 방대하고 다양한 장비 아이템, 그리고 수십가지 종류의 스킬과 조합, 개성 넘치는 외모와 클래스 판타지를 구현하는 다양한 캐릭터들, 그 밖에 성능과 직관적으로 연결되면서도 다양한 선택지를 부여하는 보조 아이템 및 소켓 시스템과 같은 아이템 인챈트, 호라드릭 함을 통한 크래프팅 등은 단순한 게임에 깊이를 부여한다. 버려질 뿐인 아이템을 수집하면서도 자신 만의 답을 직관적으로 그 때 그 때 파악하면서 '나만의 캐릭터'를 상상하고, 또 그 위력을 실감하는 흥미를 구현했다. 즉 전투와 캐릭터 설계가 핵심이면서도 보조인 상호보완적인 구조로 단순하면서도 복잡하고, 쉬우면서도 어려운, 블리자드 전성기의 '입문은 쉽지만 통달은 어렵다'는 게임사 모토에 부합하는 작품이 완성되었다. 사실 팬들이 극찬하는 스토리도 냉정하게 따지면 마왕 VS 용사 구성을 벗어나지 않는다. 블리자드가 세계관 구성으로 욕을 먹지만, 그 중에서도 디아블로 시리즈의 세계관처럼 선악 이분법이 극명하게 구현된 경우는 없다. 물론 디테일한 세계관은 꽤나 잘 다듬어진 게임이지만 황폐해진 성역에서 헤매는 인간 군상을 그나마 구현하는 듯한 4를 제외하면 메인은 악의 군주와 싸우는 선의 용사라는 특성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사실상 캐릭터 만의 디테일한 갈등요소가 스토리에 존재하지 않는 선형적 구성이다. 하지만 덕분에 유저들은 전투에 집중할 수 있고, 스토리 분기나 감정이입으로 고민할 필요도 없다. 문답무용으로 죽고 죽이면 될 뿐. 다만 고어함과 어두운 게임의 분위기는 이러한 전투에 모종의 음영과 깊이를 부여함으로써, 지루하고 단순해질 수 있는 낡은 하이 판타지 스토리로 전락하는 것을 막았다. 사실 이러한 디아블로2는 국산 양산형 RPG 게임들에게 후일 블리자드를 세계적인 굴지의 대기업으로 키운 와우와 더불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게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와우를 통해 MMORPG 장르가 대유행하기 전 까지, 아니 그 이후에도 슬롯머신형 운빨좆망 구성과 핵 앤 슬래시의 국밥 조합은 유저들을 중독시키는 맛이 있다는 것을 국산 게임 제작자들에게 일깨워준 게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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