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학원에서 배운대로 했는데 면접서 떨어진 이유는?
승무원 학원에서 배운대로 했는데 면접서 떨어진 이유는?
올 7월 서울 강서구 등촌동 대한항공 교육원에서 열린 객실승무원(스튜어디스) 1차 면접 현장. 부·차장급 실무 면접관들 앞에선 A씨는 ‘학원에서 배운 대로’ 면접관들과 차례차례 눈을 맞추기 시작했다. A씨는 왼쪽부터 차례로 시선을 4~5초씩 끊어가며 3명의 면접관을 응시했다. 면접관들로부터 쏟아지는 질문에도 말씨나 목소리 톤, 심지어 고개를 숙이는 각도까지 머릿속에 입력한 수치를 그대로 따라가며 답했다. 마치 합장하듯이 손을 모으는 자세도 깔끔하게 해냈다.
승무원 학원도 오랜 기간 다니며 준비했고, 면접장에서도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지만, A씨는 결국 1차 면접에서 탈락했다. 마치 로봇처럼 자연스럽지 못한 모습이 감점 요소였다. 서호영 대한항공 인재개발실 인사전략팀장은 “외부 사설 학원 등에서 회사 면접관들조차 처음 접하는 면접 기준과 선호 스타일 등을 만들어내는 바람에 경직된 자세, 획일화된 이미지로 면접에 임하는 지원자들이 있는데, 본인의 개성을 살리지 못한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신입사원/ 대한항공 제공
10월 이후에도 400여명 추가 채용 계획
대한항공은 올해 이미 총 600명 이상의 객실승무원을 채용했다. 하지만 신규노선 확대와 차세대 중·대형 항공기의 지속적인 도입에 따라 10월 이후에도 400여명의 객실승무원을 추가 채용할 예정이다. 객실여승무원은 10월 현재 채용전형이 진행 중이며, 추가로 스튜어드라 불리는 객실남승무원도 11월 중 지원서를 접수할 예정이다.
객실승무원은 모두 3차례의 면접을 거친다. 채용절차는 서류전형, 1차면접, 2차면접, 3차면접, 체력검정·신체검사, 최종합격 순서다.
서류전형에서 자기소개서 비중 가장 커
대한항공은 서류전형에서 자기소개서를 비롯해 외국어 능력, 학점, 봉사활동 경력 등 지원서에 적은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자기소개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한항공의 자기소개서는 지원 동기와 입사 후 계획 및 포부 딱 두 문항만 묻는다. 이때 자신의 경험을 과대 포장하거나 단순 나열하는 것은 금물이다. 박성진 대한항공 인사전략팀 과장은 “자신의 경험 및 향후 포부를 대한항공의 인재상과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연계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신입 승무원을 채용하는 전형인 만큼 다른 지원자보다 특별하고 우수한 경험이나 경력이 반드시 좋은 점수를 받지 않는다. 앞으로 발전 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본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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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 구성도 구구절절하게 많은 내용을 쓰는 것보다는 명료하게 작성하는 게 낫다. 박성진 과장은 “서류 심사 때 담당자들은 한꺼번에 많은 지원서를 읽게 된다”면서 “비슷비슷하거나 뻔한 내용보다는 객실승무원에게 필요한 자질과 덕목을 갖추기 위한 노력 등을 자신만의 경험을 담아 분명하고 진솔하게 작성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많이 알려졌듯이 회사의 이름을 잘못 적거나 다른 항공사의 광고 메시지를 자기소개서에 포함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취업준비생들이 여러 회사에 지원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실수라는 점을 알지만, 회사 입장에선 이를 알고서도 합격시키기는 어렵다는 게 인사 담당자들의 말이다. 젊은이들이 주로 새로운 단어나 비속어도 감정요인이다. ‘팀플’, ‘알바’ 등 신조어나 ‘근데’, ‘되게’와 같은 구어적인 표현들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또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모범 답안을 토씨 하나 안 고치고 내서는 합격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거짓말도 절대 안 된다. 정경철 인사관리팀장은 “직무 성격 때문인지 어학연수 경험이 있다고 거짓으로 적는 경우도 있는데 결국 전형과정에서 들통이 난다”면서 “오히려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유학은 못 갔지만, 국내에서 외국인 친구들과 사귀며 객실승무원을 준비한 과정을 담담하게 쓴 지원자의 자소서를 인상 깊게 읽었다”고 말했다.
필기 전형 없어
삼성그룹의 GSAT, 현대자동차의 HMAT 등 기업별로 직무적성검사가 취업준비생들을 괴롭히고 있지만, 대한항공은 별도의 필기 전형은 없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대신 면접전형을 강화해 지원자들의 기본 자질과 역량을 다각도로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본 자질이 중요
대한항공 객실승무원 면접을 3번 본다. 사람과 직접 마주하는 서비스 직무라는 특성을 감안해 최대한 많은 인원이 면접을 볼 수 있도록 한다. 자소서나 지원 자격 등을 통한 탈락은 줄이고, 면접관들이 직접 지원자들은 본 다음에 합격·불합격 여부를 가리겠다는 것이다. 1차 면접에서는 대략 모집 정원의 30배 정도를 보는 게 일반적이다. 1차 면접은 부·차장급 실무자가 면접관으로 참석하며 회사 및 객실승무원 직무에 대한 이해와 지원 동기 위주로 질문과 답변이 이루어진다. 자세, 말씨, 음성, 의사표현 등 서비스 직무에 적합한 기본적인 자질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2차 면접은 인사·객실·서비스 부서의 임원이 직접 면접관으로 참석한다. 3차 면접에 앞서 기내 방송문 낭독과 영어 구술 테스트를 통해 발음과 외국어 능력 등을 평가한다. 2차 면접의 경우 상황을 제시하고 나서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확인하는 문제해결 중심 면접을 시행하는데 판단력, 대처능력, 순발력 등을 추가 평가하고 있다. 3차 면접은 회사의 CEO(최고경영자) 등 최고경영진들이 참석한다. 자기소개서와 앞서 실시한 전형절차의 결과 등을 종합해 회사의 인재상과 들어맞는지를 최종적으로 판단한다.
대한항공의 모든 면접 전형은 기본적으로 진취적 성향의 소유자, 국제적인 감각의 소유자, 서비스 정신과 올바른 예절의 소유자, 성실한 조직인 팀 플레이어(Team Player)라는 다섯 가지 인재상에 부합하는 인재를 채용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많은 지원자가 얼마나 현직 객실승무원과 비슷한지가 주요한 평가 기준이라 생각하고 학원 수강 등을 통해 미리 준비하지만, 이는 오해라는 게 대한항공 측의 설명이다.
서호영 인사전략팀장은 “승무원으로서의 자세, 태도, 서비스 방식, 기내방송 등은 입사 이후 다양한 직무교육을 통해 습득하게 된다”며 “채용 전형 땐 국제적 감각과 에티켓, 성실함, 품성, 서비스 마인드, 외국어 능력, 체력 등 기본 자질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경철 인사관리팀장은 “지원자들의 불안함을 이용해 단기간에 몇백만원씩 폭리를 취하는 학원이 많은데 허위과장이 많다”면서 “합격자들 가운데 학원 출신이 있겠지만, 지원자의 자질이 좋아서 붙는 것이지, 학원 수강 효과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을 낮추는 답변은 피해야
자신을 낮추는 답변은 피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흔히들 겸손한 자세가 점수를 얻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반대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직은 ㅇㅇ 능력이 부족하지만, 입사 후 부단한 노력을 통해 향상시키겠습니다”와 같은 답변은 점수를 깎는다는 것이다. 박성진 과장은 “‘제가 학점은 좀 낮은 편이지만, 영어능력은 다소 부족하지만, 아직 많은 것을 준비하지는 못했지만’과 같이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말하면서 면접을 시작하면 면접관은 지원자의 단점에 더 집중하게 되고, 자신감이 없는 소심한 지원자로 오해하기 쉽다”면서 “채용전형은 지원자의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으로 면접장에서는 본인의 강점을 피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요 질문들은?
기본 자질에 집중하는 1차 면접과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을 보는 2차 면접 등 단계에 따라 질문들은 차이가 있다. 1차 면접에서는 최근 “객실승무원으로 근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자질은 무엇이라 생각하며, 본인은 그 자질 향상을 위해 어떻게 노력하였는가”와 같은 객실승무원이 되기를 원하는 지원자가 일반적으로 예상 가능한 질문이 나왔다.
올 11월에 열리는 2차 면접에서는 상황대처와 관련한 질문이 강화된다. 예를 들어 “면접 참석을 위해 이동 중에 보호자를 잃고 길을 헤매는 아동을 발견하였다. 인적이 드문 상황이고 경찰에 인계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알기 어려운 가운데 면접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어떻게 하겠는가?”와 같은 질문이 나올 예정이다. 하늘 위에서 각종 돌발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객실승무원 직무의 특성에 맞는 판단력은 물론 기본적인 인성까지 확인할 수 있는 질문이라고 설명한다.
외면에만 초점을 맞추면 불합격
객실승무원이라는 직무를 외모에 초점을 두고 접근하면 합격은 힘들다. 대한항공이 가장 꺼리는 지원자가 바로 외면에만 관심을 쏟는 지원자이기 때문이다. 서호영 팀장은 “인위적이고 정형화된 태도와 이미지로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지원자, 자세·미소·이미지 메이킹 등 외면적인 부분에만 관심을 쏟는 지원자는 불합격 1순위”라고 말했다. 실제로 첫인상과 같은 외모가 면접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5~7명인 한 조를 15분 정도 본다고 하면 지원자의 자세와 태도 등을 여러 차례 보게 된다”며 “인상 등 외모가 개입될 여지는 생각보다 적다”고 말했다.
면접관의 질문 요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자신이 준비한 대답만 마치 녹음기를 틀어놓은 것처럼 장황하게 말하는 지원자도 환영받지 못한다. 정경철 인사관리팀장은 “면접관 입장에서는 질문에 대해서 막힘없이 유연하게 얘기하는 사람들을 원하는 게 아니라 답변에서 자신의 개성을 노출하고 자연스럽게 대답하는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줄 수밖에 없다”며 “답변하는 기계와 같은 느낌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면접장 안에서는 공손하게 행동하지만, 면접 대기장에선 무례하게 행동하는 지원자들도 합격은 어렵다. 고객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무인 만큼 이에 어긋나는 행동은 탈락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수도권 대학 비중 높아
지난해 객실승무원 합격자 출신은 지역별로는 서울과 경기ㆍ인천 등 수도권이 4분의 3을 차지했다. 경기ㆍ인천 지역이 39%로 절반에 가까웠고, 서울이 35%로 뒤를 이었다. 나머지 비수도권 지역 출신은 26% 수준이었다. 학력별로는 학사 이상이 69%, 전문학사 이하가 31%였다. 남녀 비율은 지난해 기준 19%(남성) 대 81%(여성)이었다. 전공은 인문ㆍ상경계열이 49%로 항공ㆍ관광계열(35%)보다 더 높았다. 나머지 전공이 16%를 차지했다.